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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컴퓨터로 먹고 산다. 컴퓨터로 먹고 사는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IT업으로 지내고 있으며, 대부분의 IT종사자들이 그러하듯 IT이슈에 민감하고 서로 갖고 있는 취향과 심미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 교집합을 갖고 있다. 비록 그들과 크게 다를바 없긴 하지만, 내게 그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있다면, 난 이 업계 입문을 로봇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업계라고 하기엔 쑥스런 얘기이고. 갓난 아기때부터 자라오면서 외가에 살았었는데 친척 모두 공대 출신 들이었으며, 젖병에서 밥숟갈로 식생활이 바뀌는 시절에 외삼촌의 마이크로 마우스를 보며 자라났고, 친구들이 고무공으로 짬뽕하며 놀 때 TV의 진공관들을 갖고 놀았으며, 대학원 전공도 제어를 택하고 멤버쉽 시절 많은 로봇들과 함께 지냈으며, 지금 당장 가장 기억에 남는 장난감이 뭐냐 라고 한다면 단연코 역시 태권V였다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이런 내게 SF 영화보며 감동먹은건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아이로봇이나 AI도 당시에 나왔을 적엔 뭔가 그럴싸하고 그럴법한 스토리네 했었고,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나왔을 적엔 화려한 그래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아쉬워.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였었다.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는 이 영화는 적어도 그런 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굉장히 (로봇을 전공한 입장에서)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걷는 로봇. 이미 수많은 로봇들이 출시되어 있다. 혼다의 아시모와 KAIST의 휴보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들의 뉴스라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기에 2족 로봇이라면 보고 들은 로봇들은 이게 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수많은 대학 내지는 연구소들에서 끊임없이 연구되는 로봇이 바로 2족 로봇이다. 이 영화 상의 2족 로봇들은 보행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자연 스럽다는 표현은 인간과 같이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 된다면 이렇게 움직일 것이다 라고 예견되는 그 보행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충분히 이러한 보행력을 보여주는 로봇들은 세계 각국에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툭까놓고 얘기하면 대학원 졸업한지 5년 넘어가서 이제 조금씩 로봇에 로 자도 가물가물 해지는 본인에게 이러한 로봇을 만들라고 한다면, 충분한 스폰서와 넓직한 공간만 있다면 지인들과 힘을모아 사람만한 키의 걷는 로봇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뒤집어 말한다면, 로봇 분야에서 2족 보행이란, 그 정도로 보편화된 기술이기도 하다.

음성인식 로봇. iPhone 4s를 예견한 것인가. 라는 음모론이 문득 들 정도로 음성인식에 대한 인식 방식 자체가, 기존의 다른 로봇 영화들과 차별화 된다. 인식을 잘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음성 인식을 하게되는 프로세싱 자체를 스크린에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AI의 완벽한 로봇처럼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거나, 혹은 아이로봇 처럼 정말 로봇 이론에나 나올 법한 로봇 제 1법칙은 어쩌구 2법칙은 어쩌구를 씨부리는 그런 스타일의 인식과 소통 방식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음성인식 이라는 것은, 짧은 명령을 받고 그대로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현실적이다. 전투 로봇의 특성상 그렇게 밖에 표현이 안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주먹질 하는 도중 상대로봇과 대화를 시도하며 어제 정비소에 가서 수리하다가 나사 하나를 잃어버려서 나 지금 팔 한쪽이 뻐근하다 따위의 일상을 얘기할 순 없지 않은가. 잽. 어퍼컷. 이런 단순 명료한 명령들만 인식하게끔 표현이 되고, 이런 것들은 이미 지금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며, 가장 쉽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iPhone 4s의 siri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바로 코앞의 기술들인 셈이다.

흉내내는 로봇. 실은 본인한테 감정이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입시켜 준 포인트 였는데, 본인은 2006년도에 사람의 표정을 흉내내는 로봇으로 국내 로봇대회에 입상한 적이 있다. 4명이 팀을 이루어서 작업을 했었었는데 본인이 작업한 부분은 액츄에이터(보통 모터라고 한다.)를 제어하는 임무였다. 내 기억으론 얼굴 로봇을 위한 모터가 8개정도 필요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대부분의 모터는 눈알의 위치 제어를 위해 할당되었었다. 그리고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기 위해 웹캠으로 받아온 스트림 영상을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OpenCV라는 엔진으로 사람의 얼굴만을 크로핑해서 입 모양의 패턴을 인지해 인간이 느끼는 5감을 인식해내는 방식을 사용했었다. 감정 인식을 한 후에, 그 감정을 그대로 로봇 본인의 얼굴 근육들 – 실은 모터들 – 로 신호를 보내 옵티마이징을 거치며 완성해낸 로봇을 보고 있노라면, 그 당시에는 정말 스스로도 놀라웠었다. 머리 밖에 없는 로봇이었는데, 정말 이자식 살아있는 거 같잖아. 라는 느낌. 입상은 은상으로 3등에 그쳤지만, 인기 하나는 놀라웠다. 박람회에 놀러온 애들한테 인기 폭발 로봇이 되었다는거. 정말이지 우리가 만들어 놓은 부스의 로봇 앞에 줄서서 자기 표정을 따라해주는 로봇을 마냥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나 스스로도 무척 벅차고 기뻤던 일로 기억을 되새겨본다.

중반부에 휴잭맨을 따라하며 복싱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애견이나 심복같아서 마음써주고 싶어지는 그런 모습이나, 중간 보스격인 트윈 시티라는 로봇과의 전투중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후두려 맞아서 넝마되기 직전까지 갈때의 그런 모습이나, 마치 내 로봇이 내가 만들어 놓은 그 녀석이 저렇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영화 자체 얘기는 거의 안한 듯 싶다. 영화 내용은 솔직히 12세 관람가라 그런지 어렵거나 혹은 반전이 있거나 그런 격조높은 스타일은 아니다. 아주 무난하고 아주 심플하다. 그래서. 말해줄게 없다. 풀스토리. 인터넷에 널려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미래에 나올 수 있는 로봇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참고로, 본인은 아직까지 블루레이 사본 적 없는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구매에 있어선 아주 짠돌이인 인격체다. 블루레이 출시된다면 빳빳한 현찰로 매장 직접 방문해 사서 고이 모셔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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